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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13. 16:19
나도 몰래 - 양희은

당신의 꿈/나도 몰래(신중현 작편곡집)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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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뛰는 가슴이여
나도 몰래 붉어진 내 얼굴
나도 몰래 약해진 마음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어쩌다가 나는 이럴까
언제부터 나는 이럴까
다른 사람은 이렇지 않나봐
나만 이렇게 되고 있나봐
아무래도 이상하구려
나도 몰래 뛰는 가슴이여
나도 몰래 붉어진 내 얼굴
나도 몰래 약해진 마음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어쩌다가 나는 이럴까
언제부터 나는 이럴까
다른 사람은 이렇지 않나봐
나만 이렇게 되고 있나봐
아무래도 이상하구려
나도 몰래 뛰는 가슴이여
나도 몰래 붉어진 내 얼굴
나도 몰래 약해진 마음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나도 몰래 - 양희은

Side A
1. 당신의 꿈
2. 나도 몰래
3. 길
4. 고운 마음
5. 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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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디바, 싸이키델릭 사운드에 초대받다

이 음반의 주인공은 물론 양희은이다. 그렇지만 1970년과 1971년 두 종의 '고운 노래 모음' 음반을 발표한 양희은의 음반이라기보다는 가장 왕성한 창작욕을 가지고 있을 당시 신중현의 '외도'로써 파악하는 편이 나을 듯 싶다. 다시 말해서 뒷면의 곡들만 없다면 양희은의 다른 디스코그라피와는 떼어놓아도 관계가 없을 법한, 양희은의 목소리만 빌린 말 그대로의 '신중현 작·편곡집'이다. 양희은의 '고운 노래 모음'음반은 이 음반 이후에 다시 '3'이라는 번호로 이어지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뒷면의 곡들을 제외한 '신중현 작·편곡집'만을 살펴보려고 한다.

'신중현 작·편곡집'으로의 양희은의 앨범.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전까지 '신중현 작·편곡집'에서 들을 수 있었던 신중현 사단 소속 가수들 특유의 창법이 없다. 마치 코를 잔뜩 막고 노래를 부르듯 비음 섞인 발성과 앞의 음절과 뒤의 음절을 이어서 발음하는 창법 말이다. 이러한 '신중현식 창법지도'는 비단 1960년대의 신중현 사단에만 귀속되지 않고, 1980년대에 나왔던 이문세의 음반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과연 그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커다란 수단 가운데 하나였던 발성을 포기하면서, 혹은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를 위해 먼저 [71 폭송 히트모음 제1집](KLS 27)에 수록된 신중현의 "마부타령"을 들어보자.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신중현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단순한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은 이전까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영미) 포크와 우리의 민요 가락과의 조우를 시험해 본 소중한 트랙이다. 물론 이렇게 우리 전통음악에 서구의 옷을 입히려는 작업은 이후 신중현의 작품들에서 계속해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또다른 강박관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양희은과 신중현 두 명 모두에게 있어서의 새로운 시도. 그런 이유로 이 음반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이전 두 장의 정규 음반을 통해 '아메리칸 포크' 스타일의 음악으로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양희은, 그리고 '소울 앤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나름의 특유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던 신중현의 결합에 의한 화학적 변화는, 이 앨범에도 수록되었고 또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여타 '신중현 사단'의 목소리로 녹음되었던 동일한 곡들을 들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나도 몰래"는 앞에서 언급했던 "마부타령"의 연장선에 있는 곡들로서 한국의 전통음악과 서양 음악의 조우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곡과 "당신의 꿈"은 (양희은이 노래를 부른) 이 음반 외에 김정미가 노래를 부른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양자는 매우 다르다.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것과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것의 차이 외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그것은 김정미의 목소리가 심각하다면, 양희은의 목소리는 덤덤하고 건조하다. 다시 말해서 감정을 싣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신중현식 창법'에 의해 신중현의 감정을 표현하던 가수들과 비교해 볼 때 양희은은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이런 창법은 이전의 양희은의 포크적인 창법에서 온 것이다. 하나 더. 신중현은 여기서 한국의 전통 가락을 표현하기 위해 이전의 포크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록 음악의 리프를 도입한다.

한국 전통음악과 영미 포크 음악의 조우와 더불어, 이 음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또하나의 특징은 포크와 싸이키델릭의 결합이다. 또 하나의 걸출한 음반인 서유석의 신중현 작.편곡집에서도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느낌은, 이전까지 '싸이키 사운드'로 불리우며 공연장이나 극장에서 현란한 조명에 어우러진, 다소 '퇴폐적'인 집단 가무의 형태를 벗어나서 차분히 앉아서 사운드를 들으면서 머릿 속에 그려지는 또 다른 세계에 빠져드는 새로운 형태의 '싸이키 사운드'이다. 이는 여타 그룹 사운드들이 시도했던 것과도 다른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통기타 하나로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포크 음악과도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런 의미에서 따라 부르기 어려운 포크 음악, 다시 말해서 감상 전용의 포크 음악의 탄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도는 시도였을 뿐,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포크도 록도 그렇다고 싸이키델릭도 아닌 이 새로운 음악에 대중들은 무관심했다. 양희은의 이름표를 달고 나온 음반이었지만 어느 곡 하나 히트한 곡도 없다. 이전의 음악들처럼 베이비 코드 몇 개로 통기타를 치면서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도 없는 이 곡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후 그렇게도 많이 쏟아져 나왔던 여러 가지 형태의 '양희은 히트곡 모음집'가운데에도 이 곡들을 찾아 보기는 힘들고, 이는 신중현과 관련된 음반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 음반은 양희은의 목소리를 통해 영미의 포크 음악과 한국의 전통 가락, 그리고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결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려던 신중현의 외도성 프로젝트다. 그리고 록 음악의 기본 줄기를 이루는 리프를 포크에 도입하는 등, 그전까지 유행하던 '함께 부르는' 포크송과 달리 감상 전용의 포크 음악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에 혼자 길을 닦고, 이정표를 세운 작업. 하지만 이후 그 이정표를 따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그 길을 만든 이조차 뒤 돌아보지 않는 잊혀진 길이 되어버린 것 같다. 200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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